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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고갱 그리고 그 이후

boQueen 2013. 6. 21. 20:40

 

Voyage into the Myth Gauguin and after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2013.6.21  서울시립미술관

기다림의 끝은 어디일까 ... 1월에 들어 본격적인 미국행 준비를 하며.... 늦어도 5월에는 한국을 떠나리라는 영리한 계산을 하고 있었으나...모든 예상과  계획과 걱정과 염려를 깨고.... 6월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마음을 야무지게 먹고 떠날 채비를 했더니 아직 때가 아니었나보다. 6개월차 여의도 생활.... 관련자 모두 힘들고 어수선하다. 아이들은 중간고사에 이제는 기말고사까지 쳐야 하는 어이 없는 시츄에이션에 빠지게 되었고... 나의 마음도 숯덩이가 되어 더 이상 타들어갈 것도 없다.

 

나의 기다림의 단계들... 나의 기대의 진화...

 

1단계는 정리.

떠날 정리를 했다. 마음은 물론이요 물리적으로 이삿짐을 모두 싸서 미국으로 보내버리고 정든 내집을 떠나 여의도로 오니 단촐한 겨울옷 몇가지와 함께 잠시 이곳에서 쉬었다가 가리라 생각을 했었다. 뒤돌아보니 어찌 그리도 미련했을꼬...

 

2단계는 미안함.

예상했던 3개월이 지나자 부쩍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잠시 있을거라는 예상을 제대로 빗나가서 장기체류의 위기에 몰린다. 너무 미안하다. 엄마한테... 여의도에서 뜻하지 않게 등교를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그래서 그만두자고 외쳐보기도 한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자고 한다. 이길이 아닌가봐 하며 주춤 주춤...

 

3단계는 덤덤함.

4개월이 지나면서 덤덤해진다. 봄 옷에 이어 여름 옷까지 구비하면서 현재의 상황에 알게 모르게 안주하게 되며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는 아주 가끔씩 미국 이나 뉴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울컥 화가 치솟는다...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며 일상에 주저앉는다. 하지만 덤덤함이 편하지만은 않다. 알수 없는 미래와 불안정한 현재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일상을 소리없이 갉아먹는다. 휴~ 한숨만 느는 단계

 

4단계... 현재 진행형이닷.

짜증과 우울의 이중주 단계이다.

애써 덤덤함으로 위장한 감정들이 더이상 답답하다며 제대로 날을 세우기 시작이다.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듯 하나 잦은 짜증과 갑작스러운 감정 곡선 하락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예민하다.

어딘가 화풀이 할때 없나 찾고 있는 사람처럼 으르렁 준비 태세이다.

 

이 시점에서 고갱이 들어온다. ㅎㅎㅎㅎ.

힘빠지는 어느날... 전철을 타고 시내로 나선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고갱을 보러 간다. 허나 고갱이 너무 보고 싶어진다. 꼭 봐야만 할 것 같고. 안보면 안될 것 같고. 보면 속이 펑 뚫어질 것 같다....그래서 간다. 터벅 터벅. 너무나 현대미가 넘실대는 돌담길을 따라 허탈하게 걷는다. 뒤늦게 혼자 온 것을 주춤 후회하며 티켓을 끊는다.

 

오디오를 귀에 꽂고 그림들을 바라본다.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고뇌와 오만 사이를 걸었던 화가의 질문. 그리고 그 질문들을 시각화한 그림. 과연 해답을 찾았을까? 질문들에 대한 거듭된 질문들인가? 한참을 바라보며... 앉아서 뚫어지게 감상을 한다. 참으로 개연성 없이 상호성 없이 모든 인물들이 개별적으로 한 폭의 그림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인생일까?

 

미술관을 나서면서 해답은 없었다. 확인도.... 확신도... 허나 어지러운 맘을 저 어지러운 그림에 투여하고 남기고 온 느낌이다. 개운치는 않지만 좀 가벼워진... 인간 근본의 문제로 돌아가서 그런가?

 

 

언제 또 올까 이 돌담길. 준보와 인보의 고사리 같이 작은 손을 잡고 열심히 걸어서 덕수궁도 가고... 시립미술관도 가고... 뭔가에 홀려 다녔던 때... 그때가 돌아오지 않은 듯... 다시 돌아오게 될때는 어떤 맘일까...

 

기다림의 끝이 보이는 걸까?

참으로 한치 앞을 보지 못한 우매함에 헛헛한 웃음을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