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d
by M.T. Anderson
2002년작.
M.T. Anderson의 대표작이고 읽어봐야 할 책 리스트에 자주 보게 되는 제목이다.
일단 책커버를 보면 대머리 뒷모습 위에 feed이라고 제목이 깔렸는데... 뭔가 으스스하다.
뭔가 미래에서 일어날 살벌한 이야기일 듯.
허나 책을 이끄는 십대 소년의 저렴한 말투와 십대 언어에 확 노출 되면서 일상에 다가가게 된다.
그런데... 그냥 노멀한 일상이 아니다.
어딘가 미래에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있기도 전에 나온 작품 치고는 오늘 쓰신 책이라고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
한시도 손에서 놓칠 수 없는 스마트폰과의 관계로도 모자라 이 책에서는 칩을 머리 속에다가 장착을 시켜서 거대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서 쉴새없이 나에게 맞춤형 feed가 밀려들어온다.
이 책이 충격적인 이유는....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너무 뜨끔하기 때문이다.
Titus는 친구들과 함께 봄방학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달나라 여행을 하게 된다.
어디를 가나 feed가 머리속에서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시끄럽게 핫한 뉴스, 패션 트렌드, 내 기분, 장소, 필요를 간파하여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광고들...
처음 읽고 나서는... 이야기가 내 생각과는 달리 심심하게 진행이 되어 적지 않게 "어...이게 뭐지?" 하는 허탈한 실망감을 남긴다.
흠, 별로네...
그리고 불을 끄고 잠에 든다.
다음날 일어나서 손이 자연스럽게 책으로 가고....
여기 저기 다시 훑어보며...
마음이 아려온다.
모든 캐릭터들의 아픔과 야망...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이 더 절절해진다.
그냥... 내가 아프다.
그래서... 스토리 보다... 그 캐릭터들로 인해 오래 남게 되는 책이라고...
만약에 John Green의 [The Fault in Our Stars]가 달콤하며 눈물 콧물 쫘악 빼내는 죽음의 세레나데라면 [Feed]는 너무 현실적이고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투영해내는 죽음 앞에서의 겁쟁이 모습을 씁쓸하게 보여준다.
가볍고 생각 없는 십대의 문화. 그리고 아무런 의심 없이 feed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그들. 저항도 없이... 재미만 쫓는 그들. 한번도 그 의미를 생각해보지도 않고... 쉽게 취하고... 그리고 또 쉽게 버리는...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많은 문제점들을 꼬집어준다. 과연 나의 모습은 보이는지?
무섭지는 않은지?
화나지는 않는지?
책에서 뽑은 몇가지.... 생각에 생각을 하게 한다.
Violet는 태어나면서 feed를 장착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부모의 소신과 비용의 문제로 7살이 되서야 feed를 이식받게 된다. 그래서 다른 십대들과는 다르다. 호기심이 많고 생각이 많고 본인의 생각이 가동되는 아이다.
난 이 말이 꽂히는 것이 요즘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우리 스스로 뇌에 넣고 다니지 못하게 되는 현실을 보며 참말로 폰은 더더 스마트해지는데...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는 덜덜 스마트 해진다는 느낌이다. 딱 들어맞는다.
"When you have the feed all your life, you're brought up to not think about things. Like them never telling you that it's a republic and not a democracy. It's something that makes me angry, what people don't know about these days. Because of the feed, we're raising a nation of idiots. Ignorant, self-centered idiots." (pg. 113)
Violet을 만나면서 매력도 느끼지만 Titus는 불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엉뚱하고 다름에...
Feed 덕분에 모든 의사결정은 순식간에 이뤄진다. 본능적으로... 순간의 필에 의해! 그만큼 나를 파악하여 맞춤형 feed의 친절함 덕분이기도 하지만 모든 결정을 즉흥적이고 통제되어 있다. 그래서 Violet는 이에 최대한 저항하려 한다. 즉, 절제와 delay의 미학에 대해 말한다. 우리의 빨리 빨리.... 어디까지 갈까?
"She said she had a theory that everything was better if you delayed it. She had this whole thing about self-control, okay, and the importance of self-control." (143)
Violet는 Titus한테 묻는다. 너의 맘대로 죽을 수 있다면 어떻게 죽고 싶니? 이에 대한 Titus의 답...ㅎㅎㅎ
"If you could die any way you wanted, how would you like to?
...
I thought for a while. Then I said, "I'd like to have this like, this intense pleasure in every one of my senses, all of them so full up that hey just burst me open, and the feed like going a mile a second, so that it's like every channel is just jammed with excitement, and it's going faster and faster and better and better, until just - BAM! That's it, I guess. I'd like to die from some kind of sense overload."(145)
이건 Titus가 Violet를 데리고 친구 집에 가서 또래집단 속에서의 외로움을 설명한다. 관찰을 받으면서 혼자가 아닌데도 너무 외로워진다는 말... 그것은 feed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일터.
"You're walking and everything's empty, but the weirdest thing is that it's not empty at all. The weirdest thing is that it's not empty at all. The weirdest thing is that you know that you're more alone than anyone, but that more people are thinking about you than ever before. They're all just there, holding their breath, following your, like your every move through the house, listening to your footsteps and the doors opening and closing. So your'e more alone, but more watched. It can just go on and on for hours, you walking around, walking on the carpeting, picking up stuff and looking at it, alone, but thought about until Link get tired of it, and says the game is over." (195)
Feed는 우리 손에 있던 스마트폰이 더 업그레이드 되어서 뇌에 연결되는 것. 이렇게 신체의 일부가 되면 feed를 갖고 있다기 보다는 내가 feed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Violet가 Titus의 친구한테 부르짖는 이 말은 그 이상을 말한다. 물리적인 하나됨을 떠나 인간들의 삶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feed로 인해 여기에 부합해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안타까움을 말하고 있다. 괴물이 된다. Feed가 나이며, 내가 feed이지만 더 이상 나는 살아졌기 때문에 feed만 남아 이 세상을 통치 하기 때문이다.
"Look at us! You don't have the feed! You are the feed! You're the feed! You're being eaten! You're raised for food! Look at what you've made yourselves!... She's a monster! A monster! Covered with cuts! She's a creature!"(202)
허나 Violet가 feed를 저항한다고 해서 feed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녀도 feed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은 그녀가 말하는 feed의 미디어적 특성이다. 언제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수많은 매스컴의 컨텐츠들 때문에 삶을 살아서 인지를 했다기 보다는 feed를 통해 인생을 배웠고 기대를 한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 러시아에서 온 아가씨가 한국 남자친구한테 왜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남자 처럼 하지 않냐고 타박을 하는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배우고 나의 삶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현실과 떨어진 미디어가 제시하는 삶. 그 거리감과 상실감. Violet가 말하듯이... 시트콤에는 희생이 없다. 실패의 잔재가 없다. 쓰디쓴 절망이 없다.
"Everything I think of when I think of really living, living to the full - all my ideas are just the opening credits of sitcoms. See what I mean? My idea of life, it's what happens when they're rolling the credits. My god. What am I, without the feed? It's all from the feed credits. My idea of real life. You know? Oh, you and I share a snow cone at the park. Oh funny, it's dribbling down your chin, I wipe it off with me elbow. "Also starring Lurna Ginty as Violet." Oh happy day! Now we go jump in the fountain! We come out of the tunnel of love! We run through the merry-go-around. You're checking the park with a metal detector! I'm checking the park with a Geiger counter! We wave to the camera! Except the Mayan ruins.
...
There aren't. I like pointed out, there aren't the sacrificial stones. In sitcoms." (217-218)
Violet의 feed 오작동으로 인해 기억이 살아진다. 그녀의 과거가 살아진다.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미래를 보며 살라는 말이 있지만... 과거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 대한 집착은 방해가 되겠지만 과거가 없으면 우리에게는 미래로 갈 발판이 살아지는 것이다. 난 누구인가?
"I'm afraid I'm going to lose my past. Who are we, if we don't have a past?" (253)
Titus가 Violet와 이별 후... 다시 본인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친구들... 새로운 여친. Feed와의 여전한 동거. 그리고 고백한다. Feed를 통해 cool하기 위해 물건들을 사대지만 cool은 항상 앞지르기 때문에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소비를 위해서 유행은 항상 앞서야 한다. 따라잡을 수 있다면 유행이 아니겠지... 근데... 왜 우리는 그 유행에 가까워지려 하는 것일까?
"It was like I kept buying these things to be cool, but cool was always flying just ahead of me, and I could never exactly catch up to it." (279)
Violet의 아빠가 Titus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집으로 찾아온다. 우리의 소비주의를 꼬집기도 하지만 Violet 아빠가 말하는 product는 아마도 Violet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저도 상품이 되어버리는 소비주의. 상품을 구매하는 또 다른 형태의 상품일 뿐.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쓸모 없는 상품이 되고 마는...
"We Americans, he said, are interested only in the consumption of our products. We have no interest in how they were produced, or what happens to them - he pointed at this daughter - what happens to them once we discard them, once we throw them away." (290)
정말로... Titus의 비겁함에 놀랄 수 있다. 짜증도 나고... 어쩜 저럴까 하지만. Titus는 우리다. 우리는 Violet도 되지 못한다. 비겁하고 현실에 순응적이고 다르기 싫고 그러면서도 쿨하고 싶고 귀찮아 하고 .... 그래서 Titus는 Violet와의 짧은 사랑이 무겁고 짐스러웠다. 어쩜 이리도 솔직하게 우리를 투영해버리는지...
"And the worst thing, he said, is that you made her apologize... You made her feel sorry for dying." (291)
Violet는 이제 의식없이 숨만 간신히 붙어있는 상태에 이른다. Titus가 그런 Violet에게 찾아와 반응이 없는 그녀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
"There's one story I'll keep telling you. I'll keep telling it. You're the story. I don't want you to forget. When you wake up, I want you to remember yourself. I'm going to remember. You're still there, as long as I can remember you. As long as someone knows you. I know you so well, I could drive a simulator. This is the story.
...
It's about the feed, I said. It's about this meg normal guy, who doesn't think about anything until one wacky day, when he meets a dissident with a heart of gold. I said, Set against the backdrop of America in its final days, it's the high-spirited story of their love together, it's laugh-out-loud funny, really heartwarming, and a visual feast.... Together, the two crazy kids grow, have madcap escapades, and learn an important lesson about love. They learn to resist the feed. Rated PG-13. For language." (291)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꼭꼭꼭...
재미 없는 이 스토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라고
Titus에 자신을 삽입시키라고. 내가 Titus이었다면?
그리고 솔직해 보자.
우리가 사는 모습은 무책임하지 않는지?
의심없이 저항없이 소신없지는 않는지?
나 하나쯤이야... 그런 생각으로 편안한 길을 택하지 않는지?
우리의 소비. 물건이든 서비스이든 사람이든 관계이든... 어떤 기준으로 어떤 맘으로 어떤 생각으로 하고 있는지? 우리의 소비는 버리는 것으로 끝나는지? 어떻게 버리는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항의를 해본 적은 있는지? 내가 생각하고 사고하는 것이 맞는건지? 누가 무엇이 나에게 이런 사고에 영향을 줬는지? 그 근원지는 어딘지? 그래도 난 내가 사고한다고 할 수 있는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말로 근본적인 문제를 깊숙하게 세워놨다. 아무것도 아닌 스토리에 눈물을 묻어놨다. 파서 찾으시길... 나를 위해 흘릴 수 있는 눈물을...
그리고 본인의 스토리를 만들어가기를 ... 아프지만 고민과 눈물 때문에 찬란한 삶을 만들길...
Feed에 관해서 인터뷰를 한 Anderson.
http://www.yalsa.ala.org/thehub/2013/11/20/m-t-anderson-reflects-on-where-we-are-years-after-his-iconic-book-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