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Please Look After Mom - Kyung-sook Shin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부터 엄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물들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과도하게 죄책감을 끌어내려는 듯해 보였다. 그래서 연극으로도 화려하게 인기를 꾸려온 이 책을 보면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었다. 관심을 갖지 않던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영어로 번역이 되면서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출판이 되면서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어느정도의 책이길래 미국 시장에 진출인가? 내가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 이 책에게 미안해서였을까? 나의 판단이 틀려서일까?

하여튼... 작년 후반기에 살짝쿵 인터넷에서 할인행사를 할때 장바구니에 얹어놨다가 다른 책들과 묻어서 도착한 책이다. 그 이후에도 열렬한 환영 없이 들었다 놨다... 편견 때문인지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신파적인 이야기에 신물이 나서일까... 그래도 궁금한 나머지 한 20페이지 읽다가 손을 놔버리고는 새해를 맞이하여 작년에 슬쩍 건드리다가 그만둔 책들을 마저 읽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숨어 있던 책들을 마저 읽고 있는 찬라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철 타고 오며 가며 읽으니 후딱이다. 처음만 좀 힘들지 좀 적응되는 2인칭 대사도 그리 거북하지 않고 이해가 수월해진다.

음.... 다 읽고나니 좀 허망하다. 신경숙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가? 엄마한테 잘 해드리자? 엄마의 희생은 무한하며 자식의 이기는 눈물나게 지독하다? 죄의식? Pieta?
눈물을 자아내는 장면들도 있고... 슬프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그러나 전반적으로 엄마가 억지스럽다. 너무 한국적인 이상의 캐릭터를 나에게 강요하는 느낌이다. 물론 이렇게 살아오신 엄마들이 없다고 부정할 수는 없다. 그녀의 부지런함과 강인함에 박수를 치고 싶고 그리 사셨던 분들도 많다. 가깝게는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이런 분이셨다. 정말 살림꾼에다 아이들의 뒷바라지에 희생적이셨던 그런 분. 불평 불만없이 곱게 늙으시고 성품도 조용하시고 인내의 아이콘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 책의 엄마처럼 우리 할머니도 글을 읽지 못하셨다. 허나 그런 것을 떠나 이 책의 엄마는 너무 완벽하다. 모든 행동들에 계산된 감동의 완벽함이라고 해야 할까?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모멘트도 많고. 약간 닭살스러울 정도로 드라마적인 엄마로 묘사한 것이... 인위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엄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성인이다. 선해서가 아니라... 모든 궂은 일을 묵묵히 해내기 때문이다. 송아지 낳아주고 밭일 다 해내는 일소와 같은 이미지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고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식? 자신?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며 무심하게 일들을 척척 해낸다. 남편의 잦은 부재와 외도도 참아내면서 5명의 아이들을 씩씩하게 키워내고... 시어머니와 같은 시누이에게 살가운 말 못들으면서도 이해하려 하고... 몸을 한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으며... 막내 도련님의 자살 앞에도 자신이 모든 것을 품는 그런 엄마.
유방암에 걸려 가슴 하나 내놔야 하고... 머리가 너무 아파도 병원은 다시 가고프지 않은 마음에 또 참아내고...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는....

그렇다... 엄마 예찬서이다. 현대적인 오늘의 엄마가 아닌 옛 엄마에 대한 예찬.... 그리움... 기억!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일방적인 우리의 엄마에 대한 기억이다. 사람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했던가... 내가 기억하고픈 완벽하고 희생적이고 올바른 엄마...
하지만... 사람은... 엄마를 포함해서 완.벽.하.고 온전한 사람은 없다. 엄마 역시 열망이 있고 욕심이 있고 인정 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고... 단지 옛엄마들은 현대의 엄마들과 다른 통로로 이를 이루려고 했던 것이다. 시대적인 상황에 맞게... 그렇다면 이 책은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변해가는 모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한국에서 수년을 살았다는 미국 블로거가 이책을 읽은 후기에서 한층 더 나가서 이 책은 알레고리가 아니더냐고 분석한다. 엄마는 곧 한국이라는 것이다. 옛 전통의 한국... 예전의 가치와 방식을 따라 사는 한국... 그리고 반면에 아이들은 현대의 한국을 상징한다는. 난 이런 책을 쓴 신경숙 작가보다는 그런 알레고리를 생각해낸 그 블로거가 더 대단해 보였다. ㅎㅎㅎㅎ.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알레고리가 존재한다고 인정을 하기에는 신경숙 작가가 이를 염두해 두고 쓰지는 않았다는 느낌이다. 그런 증거를 책에서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등장인물들의 metamorphosis가 있는 것도 아니며, 죄의식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죄의식은 시간과 함께 소멸해가고 pieta로 승화시킨다. 그래서 또 ??? 의문이 아닌 멍.... 엥? REALLY? 

결론적으로.... 단순하게 우리의 엄마들을 돌아보며 그들의 노고와 끔찍하게 일방적인 사랑을 깨닫는 책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그것이 허망하다. 나쁜 것이 아니고 허망할 뿐이다.

미국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호평도 있고 그 유명한 npr의 혹평도 존재한다. NYT의 서평, npr의 혹평
뭐... 내가 싫다고 서평한다고 해서 공신력 있는 목소리도 아니기에... 난 개인적으로 싫었다고 말하고 싶다.  지울 수 없는 솔직하지 못함과 일방적인 관점이 세상을 너무 단순화 시켜버렸기 때문이다. 딜레마와 애증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혼존하는 우리의 삶을 조롱하는 것 같아서이다.

계속 엄마를 부탁해를 생각하다보니 문뜩 어린이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가 생각난다.

엄마를 부탁해의 반대 버젼이다.  관점적으로 말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끌어안고 사는 자식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또한 부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사는 자식의 딸의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이기 떄문이다. 그래서 마음에 더 와닿는다. 끝없는 자식과 부모의 사슬... 그리고 끝없는 일방통행의 사랑과 정성... 희생. 허나 그 시작과 끝은 같을 수 있다는 것.... 부모이기도 하면서.... 자식이기도 한 우리... 이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 한쪽의 자랑도 아닌 .... 자랑스러운 "우리 가족"을 조심스레 보여준다.
 
주인공의 부모는 자장면집을 하며 그 가게 안에 살림방 달려서 가족이 옹기종기 산다. 어느날 할머니가 택시를 타고 시골에서 도착하고 주인공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의 동거가 불편하고 싫다. 하물며 부모에게 할머니 다시 시골로 가시면 안되냐며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해도 부모는 묵묵히 할머니를 끌어안고 산다. 난 이책을 아직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눈물을 훔친다. 그 찡함에.... 그 가족애에... 그 묵묵함에... 말로 표현되지 않은 답답함에....

맨뒤에 작가의 더하는 말에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고백이 있다.
 

"부모님은 부산에서 작은 중국집을 하셨습니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두 분 힘으로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설거지하고 배달하느라 언제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지요. 가게에는 살림방도 딸려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한창 말썽 부릴 나이의 사 남매와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가 뒤엉켜 복작대며, 안 그래도 고단한 부모님께 날마다 새로운 일거리를 보태 드리곤 했지요.
그림책 공부를 시작하면서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엄마의 사랑이라는 걸 모르고 자라셨어요. 어린 시절을 엄마 없이 힘겹게 보내셨지요. 아버지가 할머니를 다시 만난 건 어머니와 가정을 꾸리고 난 뒤였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자신을 버린 할머니를 묵묵히 받아들이셨습니다. 억울해하지도 불평하지도 않으셨어요. 그저 한마디. "부몬데 우짤 끼고." 그뿐이었지요.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아버지의 상처를 이해하셨습니다. 그런 두분과 할머니를 지켜보며 자랐습니다. 꼬박 삼년 동안 제 손을 떠나지 않던, 삼십 년 넘는 세월 동안 제 마음 한 가닥을 잡고 놓아주지 않던 이 이야기를 이제 여러분 앞에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우리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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